백두대간(白頭大幹)이 먼 길 달려오다 안성 비봉산에서 너르디 너른 품새를 열어젖혔다고 해서 ‘너리굴’. 그곳에 산자락의 경사를 함부로 잡아먹지 않고 나무 기둥으로 버텨놓은 목조 건물 20여 채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지난 8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너리굴 문화마을’이다.
너리굴 문화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느낌은 ‘아, 정말 이런 곳이 예술촌이구나’하는 것이다. 장승이 맞아주는 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여기저기 몇 곳의 목조건물들이 푸근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 느낌이 참 정감어리다. 조형물이며 친숙한 얼굴로 웃고 있는 장승, 그리고 나무 울타리 산책로가 슬슬 마음을 자극한다. 원색의 태양이 그려져 있는 수영장 바닥도 커다란 화폭이며, 산책로 곳곳에 시구가 적힌 나무판자 또한 가는 이의 발목을 잡는다. 너리굴 문화마을은 산자락에 위치한 곳치고 건물도 많고 드넓은 운동장에 수영장도 두 개나 갖춘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이다. 즉 자연에서 놀고, 문화를 체험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눈으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운영하는 공방(工房)에서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목장 아래쪽에 자리한 조소(彫塑) 공방은 작지만 그 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으로 꽉 찬 예술체험 공간이다. 형형색색의 양초와 신체의 일부를 본떠 만든 석고 캐스팅이 그것인데, 실습은 공방 바로 옆 야외에 설치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어 재료비만 내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조소 공방에서 나와 목장 길을 따라 산책하듯 걷다 보면 겨울이라 움츠리고 있지만 사슴과 거위, 오리, 토종닭, 염소, 토끼 등을 볼 수 있다. 넓은 운동장에는 사슴 모양을 한 나뭇가지로 만든 모형과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바비큐 가마도 보인다.
마을 아래쪽에 터를 잡은 금속공방에서는 은선이나 구리선으로 풍경∙열쇠고리∙목걸이 등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금속선을 구부려 망치로 콩콩 다듬은 후 사포질을 하고 구명을 뚫는 것이 아이들 손에도 그리 힘겹지 않다. 이곳 역시 금속공예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어 재료비만 내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연인들은 커플링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은 방문에 걸어놓는 종을 만들기도 한다.